[DMZ의 사계]죽음의 땅 지뢰밭의 생명들!
글쓴이: 전영재
조회수: 7563
작성일시: 2012-01-31 17:23:02
인간의 증오와 적개심을 자양분으로 하는 대인 지뢰. 평화를 미워하며 전쟁이 있는 곳이면 지구촌 어디든지 찾아가 자신들의 제국을 완성한다.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평시와 전시를 구분하지 않는 악마의 무기다.
군인은 물론 민간인과 어린이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움직이는 생명체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해치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촌 곳곳 64개 국에 뿌려진 대인 지뢰는 1억1000만 개. 분단의 시대가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한반도에도 전방과 후방을 가리지 않고 112만 개가 뿌려져 우리의 발목을 노리고 있다.
인간은 다가갈 수 없는 지뢰밭. 얼마만큼의 지뢰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지역의 끝없이 이어지는 지뢰 매설 경고 표지판은 어느 전선을 가든 눈앞에 펼쳐지는 가슴 아픈 풍경이다.
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지뢰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인간이 스스로 포기한 죽음의 땅을 자연은 아무 무기도 없이 철저하게 그 땅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생명의 땅으로 가꾸고 있다. 자연이 사용한 것이라고는 시간과 생명력뿐이다. 지뢰밭 주변에 꽃을 피우고 숲을 이뤄서 사람을 제외한 갖가지 길짐승과 날짐승들이 살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어놓았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야생 동식물들에게 지뢰밭은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소중한 삶의 터전일 뿐이다.
지뢰밭을 생명의 땅으로 바꾼 자연처럼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대인 지뢰는 이제는 씻어내야 할 냉전시대의 유물이다. 남북이 ‘악마의 무기’인 대인 지뢰를 힘을 합쳐 함께 제거하는 일. 이는 남북 군축의 시작이며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사진 전영재<춘천MBC DMZ 생태전문기자>dmz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