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DMZ의 사계]산양, 안전 얻고 자유 잃었네
글쓴이: 전영재
조회수: 5183
작성일시: 2012-01-31 17: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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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사계]산양, 안전 얻고 자유 잃었네


DMZ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


산양은 지구 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20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고대 동물’ 또는 ‘살아 있는 자연 화석 동물’이라고 불린다.

사람들이 잘 접근하기 힘든 험준한 암벽 지대가 주 서식지기 때문에 일반인이 산양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털의 색깔도 바위 색과 비슷한 흑갈색이라서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산양을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 생긴 DMZ에서 ‘생명문화재의 상징인 산양’은 분단의 세월 동안 그곳에서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으며 먼저 통일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포기한 공간, 비무장지대에서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은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통일의 희망으로 싹트게 한다.

현재 비무장지대 가운데 건봉산의 고진동 계곡과 오소동 계곡, 인제 사철리, 양구 두타연, 북한강 최상류 지역과 백석산과 백암산 등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극소수의 산양이 관찰되고 있다.


산양이 평안남북도, 황해도와 38선 이북 강원도 지역 등 북한에도 산양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서 서식했는지 현재 알려진 바는 없다.

남한에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강원도 설악산에서 충청북도 월악산을 거쳐 경상북도 주흘산과 통고산에 이르기까지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표고 1000m 이상 높은 지대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백두대간을 따라 살던 산양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불과 40여 년 전이다.

1964년 겨울 강원도 설악산에 초가집 지붕 가까이까지 쌓이는 폭설이 내리자 수천 마리의 산양이 추위와 굶주림에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먹을 것이 없었던 그 시절, 사람들은 마구 산양을 잡았다. 이렇게 잡은 산양이 무려 3000마리에 달해 멸종 위기에 처하자 산양은 초식동물 포유류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됐다.

DMZ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멸종 위기를 맞았던 산양이 어렵사리 살아가는 모습이 기쁘고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부주의하면 한민족과 역사를 함께 해온 산양은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모른다.

DMZ에 살고 있는 산양은 안전을 얻은 대신 자유를 잃었다. 백두대간을 따라 우리 아이들과 산양이 함께 뛰놀 수 있는 날을 더 늦기 전에 만들어가야 한다.

DMZ의 주요 서식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증식과 복원을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이 있어야 귀한 생명문화재인 ‘산양’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전영재<춘천MBC DMZ 생태전문기자> dmz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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