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손기웅박사님의 DMZ 글
글쓴이: 전영재
조회수: 2879
작성일시: 2012-01-27 11:02:25
마지막 수정: 2012-01-31 14:16:06
[기고/1월 26일] DMZ가 물꼬가 될 수 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시간 : 2012.01.25 21:00:56


예상대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얼어붙이고 있다. 조문에 대한 불만 만은 아닐터이다. 권력의 3대 세습이 주는 부담감이 그 만큼 크기 때문이다. 내부적 불만을 남한이란 외부로 돌리면서 체제결속에 치중하고 있다. 인민이 모든 것의 주인이란 인민민주주의체제에서 3대째 세습을 공고화하고 있다.

권력을 이어받는 것과 그 권력을 지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북한 권력엘리트 내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김정일 생전에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사실상 낙점되어 선전되었다. 북한주민들도 싫든 좋든 간에 그렇게 알았다. 북한의 권력엘리트들이 김정은 외에 이제 누구를 북한주민들 앞에 새로운 권력자로 내놓을 수 있을까. 어떠한 설득 논리로? 그들은 한마디로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이다. 그들의 특권만 지속할 수 있다면 차라리 김정은이 편하다. 모든 불만과 잘못을 그에게 돌릴 수도 있으니.

북한주민들은 다를 수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으로 내려오면서 충성의 온도차가 사실상 존재하고, 무엇보다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이다. 멀리 바라볼 것도 없이 금년 말에 추위가 다가오면 김정은은 시련의 시기를 맞을 것이다. 나누어줄 것이 없고 자기 영도 하에 먹고 살기가 나아지지 못할 경우 주민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한주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움직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당국과 함께 동반성장할 것을 제안하면서, 북한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정책을 동시에 펼쳐야 한다. 일전에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수상을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 다시 각인된다. "상대방이 잡든 말든 손은 항상 내밀어주세요." 과연 관계의 냉각만이 북한이 진실로 원하는 방향일까. 조건이 맞고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내심 원하지는 않을까. 가장 좋은 조건의 지원을 우리 외에 어디로부터 얻을 수 있을까.

손기웅 박사님이. 한국일보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북한당국은 그들의 수순대로 대내외정책 및 대남정책을 펼쳐갈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막 출범한 현 시점에서 북한당국에 대한 우리의 지렛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원칙에 입각한 우리의 정책을 견지하되, 상생공영에 입각한 남북한 동반성장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제안을 다시금 북한당국에게 명료하게 보여주자.

DMZ가 물꼬가 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천암함과 연평도 도발을 북한이 사과할 리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물러설 수 없고 물러서서도 안 된다. 첨예한 평행선이 지속될 여기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면, 우회로를 해상이 아닌 육지에서 찾아보자. "비록 해상에서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겨져 있지만, 남북한은 육상에서 상생공영의 새로운 남북관계의 형성을 위해 쌍방의 모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접점이자 대결선인 DMZ의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평화·생태적 이용에 합의하고, 그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남북한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면, 쌍방이 대립 속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곳을 한반도 차원에서의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디딤돌로 활용한다면, 남북관계상에 '윈-윈'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남북-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연결사업이 성사될 경우, 이 사업의 시작과 함께 DMZ 지역에 남북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연결공사를 동시에 착공할 수 있을 것이다. DMZ내 특정 지역에 남북한이 함께 숭모하는 '안중근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정책의 방향은 우선 그들에게 따뜻한 우리의 마음을 가능한 한 많이 전달하는 일이다. 동시에 그들이 스스로의 눈과 귀를 통해 바깥 세상을 느끼고 깨닫도록 하는 일이다. 인간다운 삶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체제가 어떠한 것인지 그들 스스로 판단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항상 곁에 있음을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