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
그 동안 잠자고 있던 개발 욕구들이 남북 정상회담이후에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 신도시나 물류기지가 들어서는 후보지로 거론되거나 금강산 육로관광 얘기가 나오자 그 해당지역은 평당 돈 만원하든 논값이 벌써부터 서너배로 크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의 인적, 물적교류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분단의 대가로 얻은 귀중한 자연생태계는 남북의 교류 못지 않게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모두가 느껴야 한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법칙을 우린 남과 북의 인적, 물적 교류에서 찾아내야 한다.

그동안 현장취재를 통해 확인한 비무장지대 자연생태계 가운데 다음 지역은 통일이 돼도 핵심지역으로 분류해 최소한의 인간 간섭을 배제해야 하는 지역이다.
더구나 생태철학이나 생태윤리가 도입된 개념으로 지켜야 하는 곳이다. 먼저 동해에서부터 살펴보자.


1. 금강산 감호 습지
감호지역은 낮은 분지지형이 만들어 낸 습지이다 특히 높은 산림 계곡으로부터 저지대로 내려오는 물이 감호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서식처를 형성했다,
또한 이 곳은 동해안 바닷가와 인접하여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아 득특한 기후를 형성하고 있으며 민물과 동해가 만나는 비무장지대의 유일한 석호이기도 하다.
현재 금강산 육로 관광이 이 지역으로 관통할 예정이어서 남북한이 감호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노선 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2. 남강
금강산 남강은 동해로 흐르는 유일한 DMZ 강이다 . 이곳에는 연어가 산다.
동해안에서 가장 긴 강인 남강은 중류 부근에서 군사분계선으로 남과 북을 가로질러 비무장지대를 넘어 흐르고 있다.
해마다 11월 초순이면 동해안 최북단 명파천은 북태평양에서 시작된 1만여킬로미터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마친 연어의 종착점이 된다.
어린 치어가 남북의 DMZ를 흐르는 남강을 떠나 4년간이나 외국의 바다에서 나가 성어가 된 연어들이 이제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 산란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10월, 찬바람이 불면 연어들은 산란터를 잡고 암수가 사랑을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3. 향로봉지역
향로봉 주변은 험준한 산악지역인데다 대부분이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지역으로서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더구나 야생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는 서식지이다.

  향로봉과 건봉산 일대는 잘 보존된 식생으로 인해 1973년 문화재 관리법에 따라 천연기념물 247호로 2,520만평이 지정됐다.
특히 이 지역은 남한의 설악산과 북한의 금강산을 잇는 생태통로의 역할을 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며 그 가운데 칠절봉에서 향로봉은 설악산과 금강산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한 부분이다.

4. 산양 서식 지역
-고성 오소동 계곡, 고진동 계곡, 인제군 서화면 사철리 지역, 양구 두타연 지역, 천미리 지역을 들 수 있다.


고성 오소동계곡은 2001년 1월 겨울 산양 12마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지역으로 폭설이 내릴 경우 이 지역의 산양 출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 고진동 계곡은 천연기념물 217호이자 살아있는 자연의 화석이라 불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산양 5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인제 사철리지역과 그 주변도 산양이 22마리 집단 서식하고 있는 지역으로 1999년 6월 춘천문화방송이 보도해 학계에 보고된 후 서식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양구 두타연지역과 천미리 지역도 산양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3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들 산양서식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 추진해야 한다.

5. 대암산 두타연 지역
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이다.
해마다 4월이면 열목어들이 산란을 위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오름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설악산과 금강산을 잇는 생태적 통로의 역할을 하는 향로봉 산맥지역과 연결돼 있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람사협약 습지에 올라가 있는 고층습원 용늪은 현재 자연생태 보존 지역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4천 5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자연사 박물관인 용늪은 복원작업과 함께 보호 작업이 신중하게 이뤄져야한다.

6. 철원 민통선 두루미 월동지역
철원 민통선 비무장지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함께 월동하는 귀중한 서식지이다.
특히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는 우리 민족이 가장 상서로운 새로 인식해온 두루미와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 6백여마리가 해마다 10월 중순이면 찾아와 겨울을 나고 이듬해 3월 중순이면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또한 전세계에 50만마리밖에 없는 기러기류(쇠기러기와 큰기러기) 5만마리가 월동하는 주요한 서식처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가 2백 30여마리 가량 찾아오기도 했으며 텃새인 검독수리가 서식하고 있고 백두산에서만 겨울을

  나던 세계 희귀조 호사비오리 5마리가 지난 92년부터 한탄강지역을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이밖에 2000년에는 전세계에 3천마리밖에 없는 시베리아 흰두루미 성조와 새끼 한 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났으며 검은목 두루미 한 쌍과 흑두루미 한 쌍이 철원 민통선에서 월동을 했다.

철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현재 대부분 비무장지대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천연기념물 서식지역으로 지정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