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이 한반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던 법정 전염병이 1993년 DMZ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9월 18일 철원 동송읍 오지 1리 작은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년생 발바리 한 마리가 이웃집 어린이와 개 두 마리를 물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그 발바리는 이틀 후 죽은 채로 발견됐고 강원도 가축위생시험소로 옮겨져 뇌의 조직을 검출해 조사해 보니 진성 광견병에 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긴장했고 역학조사에 나섰다.

광견병은 1987년이래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이 병을 제 2종 법종 전염병으로 분류했고 국제 수역학회에 막 이 법정 전염병의 종식을 보고하려는 순간 다시 DMZ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 이듬해 봄 광견병은 연천과 철원, 화천 등 DMZ 인접지역에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2월 12일 경기도 연천에서 처음 발생한 광견병은 2월 13일 강원도 철원읍 문혜리로 옮겨졌다.
15일은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마현리 군인 아파트와 인근 농가에서 발생했다.
군인가족을 물은 발바리는 군인들이 사살했다.
개의 가검물에서는 광견병 양성반응이 나온 것은 물론이다.

광견병이 DMZ 동쪽으로 이동하며 창궐하자 방역당국은 당황했다.
그 때 방역당국은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는데 야생동물 서식밀도가 높은 DMZ 인접지역에서 광견병에 감염된 오소리와 집에서 키우는 개가 싸우다 광견병을 옮겨 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방역당국은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광견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죽은 오소리 한 마리를 구할 수 있었고 뇌세포를 축출해 조사한 결과 광견병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한반도에서는 광견병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던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광견병 예방주사를 사육중인 개들에게 긴급 투여하며 해마다 이 방역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지금 휴전선에 오소리와 너구리를 위한 특수한 먹이를 뿌려 주고 있다.
광견병 백신이 들어가 있는 오소리와 너구리 먹이를 뿌려 주고 얼마나 먹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