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2000년 4월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르뽀 형식으로 소개한 한 일간지의 신문기사는 다음과 같다.
'가축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구제역 (구제역·foot and mouth disease)은 사람에게는 해가 없지만 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갈라진 동물

  에게는 치명적 질병이다.
일단 감염되면 고열과 함께 입,발굽,유방 등에서 물집이 생기며 돼지의 경우 50에서 60퍼센트, 소는 50에서 70퍼센트가 죽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어린 가축의 폐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돼지의 경우 소보다 전염속도가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 됐다.
1997년 대만에서 발생한 돼지 구제역은 석달 만에 100만 마리 가 감염되는 전염률을 보였다.
구제역은 1514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발생,소의 전염병’으로 기록됐다.


이후 18세기 독일에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확인됐으며,전세계적으로 발병해왔다.
주요 발생국은 아프리카,남미,아시아,유럽 등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발병국으로 기록돼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34년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2000년 4월 파주에서 66년 만에 발병한 것이다.
각 국은 구제역을 가장 위험한 동물질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질병이 발생한 국가에 대해서는 축산물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고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는 WTO협상 등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사람에게 무해한 가축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구제역이 가지는 높은 전염성과 폐사율 때문이다.

1997년 구제역이 발생하여 돼지 380만 마리를 도살한 대만은 아직도 구제역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2000년 4월 이 가축의 흑사병인 구제역이 파주지역에서 처음 등장하자 우리나라 축산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파주시는 27일 ‘수포성 가축질환’ 감염우려에 따라 파주 파평면 금파리 지역 농가 6가구의 소 90마리를 밤 1시부터 오전 8시까지 축사 근처에서 현장 도살해 매장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에는 이 마을 김모씨(52세) 농가에서 혀에 물집이 생기고 고열이 나는 ‘수포성 가축질환’ 증세를 보인 젖소 15마리를 도살해 땅에 묻었다.
검역원 관계자는 긴장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병이 ‘수포성 가축질환’의 일종인 ‘ 구제역’일 가능성도 있어 일단 이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김씨 및 인근 농가의 젖소를 모두 도살했다”고 ...
파주시와 보건 당국은 이 질병이 발생한 농가들의 반경 3킬로미터지역에 대해 우유차, 사료차의 이동을, 반경 10킬로미터 이내 지역 농가의 가축 이동을 금지시켰다.
검역원과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파주 지역 수의사로 구성된 긴급조사반은 파주 지역 369곳에서 기르는 소,돼지12만여마리를 추가 육안 조사한 결과, 이 병에 걸린 가축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는 왜 구제역이 파주지역에서 발병됐는가 하는 것이 남아 있었다.

농림부와 관계기관은 정확한 병명과 발병원인,감염경로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
발병원인과 감염경로에 대한 조사에서도 검역원은 막연한 얘기만 내어놓았다.
중국을 다녀온 이 지역 주민들과 황사,중국산 사료 등을 문제로 내 놓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파주뿐만 아니라 전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졌다.
또한 중국을 다녀온 주민이 어디 파주지역 뿐이겠는가, 전국의 축산농민 아니 전국의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중국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해외 여행상황이 아닌가.
중국산 사료도 어디 파주 지역만 공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검역원이 내놓은 발병원인과 감염경로는 수긍이 가질 않았다.

그 때 일부 조류 전문가들이 귀에 솔깃한 감염경로를 내 놓았다.
몽고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겨울철새 독수리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독수리의 먹이 습성은 죽은 동물의 사체만을 먹는 특징이 있다.
부패한 야생동물의 사체만을 먹는 특성 때문에 독수리의 머리 뒷부분은 머리털이 없는 대머리이다.
사체의 외부부터 내부까지 머리를 넣어야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패한 동물의 사체가 구제역에 감염됐을 경우 이 먹이를 먹은 독수리에 깃털이나 머리나 발톱 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고 그 바이러스가 독수리의 이동에 따라 국내 최대 두루미 월동지인 파주지역으로 날아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감영 경로 조사는 밝혀지지 않았다.

독수리를 포획해 구제역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철원과 화천지역에서 1993년과 1994년 잇따른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한 독수리의 탈진 사고를 들여다 보면 혹시 이들도 구제역에 감염됐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