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과 양구군의 경계에 위치한 대암산(1,314m)은 '커다란 바위산'이란 뜻처럼 산 중간부터 정상까지
바위들이 계속 펼쳐진 험한 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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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위산 중간에 용늪이 있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 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용늪은 또 작은 용늪과 큰 용늪으로 구분된다. 대암산 서북 경사면에 위치한 용늪은 길이 275미터, 폭 210미터의 타원형으로 아담한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크기다. 용늪의 봄은 4월 중순이 되어서야 겨우 시작된다. 갈색의 누런 벌판에서 이제 막 기지개를 뻗는 푸른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돋아나면서 봄을 알리는 새 생명의 물결로 넘실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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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절반도 안되는 150여일의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고산지대의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곳이 대암산 용늪이다. 용늪은 4월 말에서 9월까지의 150여일동안만 생명의 잉태와 소멸의 자연섭리가 적용됐다. 용늪의 자연사 역사와 함께 하고있는 사초류는 마치 작은 무덤처럼 곳곳에 올록볼록 한 모습으로 곳곳에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죽음의 갈색잎에서 사초류가 연록색의 생명의 빛깔로 옷을 갈아 입자 용늪은 생명의 기운으로 하루가 다르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생명의 봄비가 내리자 용늪의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로 하루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갔다. 활짝핀 꽃의 모양이 마치 처녀들의 여섯 폭 치마 같다고 해서 처녀치마란 이름이 붙었다. 환경부가 지정한 보호식물인 세 개의 커다란 풀잎모양과 가운데 자리잡은 꽃의 조화가 아름다운 연영초도 살포시 자신의 자태를 드러냈다. 우리네 야생화가 그러하듯이 용늪의 꽃의 향연도 풀숲 언저리에 살포시 얼굴을 묻고 있어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침식과 풍화로 만들어진 작은 고랑과 십여군데의 연못들, 용늪은 늪전체를 싸고도는 이 생명수로,고층습원의 특징적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빗물이 고인 분지에 물이끼와 같은 습지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이것이 다시 수천년동안 한곳에 쌓이면서 만들어진 늪이 용늪이다. 더욱이 짧은 여름 한철동안 자란 식물들이 고산지대여서 낮은 기온 때문에 채 썩지도 않고 그대로 스펀지 같은 물컹한 지층이 퇴적된 이탄층이 된다. 보통 식물이 죽으면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땅속에 묻히게 되는데 기온이 낮고 습기가 많은 습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에도 썩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연못같은 형태로 짙은 갈색의 층을 이루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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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용늪의 이탄층은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1미터가량이며 깊은 곳은 1.8미터나
된다고 한다. 용늪의 이탄층에 대한 꽃가루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용늪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 4천 2백년전쯤으로 이탄층의 밑바닥에서는 포자가, 그 뒤 1천년동안 더쌓인 지층에서는 신갈나무가,그리고 2천년 정도 더흐른 지층의 윗부분에서는 소나무 꽃가루가 발견되면서 용늪의 나이가 구체적으로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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