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1997년 한국의 외환 위기는 먼 거리를 여행하고 이 땅을 찾아온 철새들의 겨울나기도 위협했다.
모두에게 고통이 됐던 그해 겨울, 철원 민통선을 찾는 환경단체의 발길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그해 전 까지만 해도 한겨울이면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먹이주기 행사가 늘어나며 긴 가뭄 속에 단비처럼 두루미에게 큰 도움이 되곤 했다.

전국에서 환경단체는 철원 민통선을 찾아와 옥수수와 밀을 강산저수지 앞에 뿌려주며 두루미와 쇠기러기 등 분단의 현장을 날아오는 철새들의 편안한 겨울나기를 기원하며 먹이 주기 행사가 계속해서 마련됐다.
IMF이전만 해도 한해 먹이주기 행사가 30건이 넘었지만 IMF가 닥치며 경제가 어려워 지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먹이 부족현상이 나타났다.

먹이를 찾지 못한 겨울 철새들이 그 해 겨울 여러마리가 탈진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IMF의 경제체제가 계속되면서 1998년에도 먹이 주기 행사는 철원군과 산림청등 관공서에서 생색내기식으로 이뤄졌다.

다시 경제가 다소 회복되면서 1999년과 2천년에는 민간 주도의 먹이주기 행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1년 9월 미국의 대테러 사건이 발생한 후 아직 수습이 안되고 있는 올 겨울도 먹이 는 부족하지만 지원의 손길이 다시 끊기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민간 주도의 먹이 주기 행사는 비례하는 듯 하다.
경제가 나빠지면 먹이주기 행사도 줄어들고 경제가 회복되면 먹이주기 행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의 대테러 사건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철새들의 먹이를 제공하던 기업체들의 손길이 다시 끊겨고 문의 전화도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풍년 속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자 논을 갈아엎는 작업을 벌이는 바람에 올해 철원 민통선을 찾은 겨울 철새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지 홍보차원에서 그동안 두루미를 위한 먹이를 제공해 오던 기업들은 지난 97년 외환 위기가 발생한 뒤 5년이 지났지만 기업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선뜻 후원자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사상 유례없는 최대 대풍을 맞았지만 올 해 태풍마저 수확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쓰러진 벼나 논바닥에 떨어진 이삭들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추수가 끝나면 기계수확 때문에 발생하던 평균 5퍼센트의 낙곡율도 2,3퍼센트에 머물고 있어 올 두루미를 비롯한 철원 민통선을 찾은 겨울 철새들의 먹이 부족 현상은 극심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자 일부 농민들은 내년봄 잡초 발생 억제를 위해 논을 갈아 엎는 추경작업을 서둘러 철새들이 월동하며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어 조류보호단체 회원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한다.
철원 민통선의 두루미들은 현재 IMF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미국의 대테러 사건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또다른 피해자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