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철원 민통선에는 해마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1995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는 처음으로 전세계에 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아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시베리아 흰두루미가 모습을 드러내 야생조류 전문가들을 흥분시켰다.

이 시베리아 흰두루미는 흰색을 띄고 있고 몸집이 작은 것이 두루미와 다르다.
특히 하늘을 날 때면 몸 속에 감춰져있던 날개 깃이 검은색을 드러내 신비감을 더한다.
특이한 것은 재두루미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2000년 12월 겨울에 다시 이 진객이 두번째 한국 방문을 해서 국내 조류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재두루미 가족과 함께 사는 시베리아 흰두루미의 비밀은 일본 이즈미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2월 초순 철원 민통선에서 보았던 시베리아 흰두루미가 1월 중순 일본 큐슈 가고시마현 이즈미에 나타나 일본 야조회가 흥분하고 있었다.
수 천마리의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사이에서 말 그대로 군계일학으로 자신의 고고한 모습을 드러내자 이 시베리아 흰두루미를 보기 위해 아침마다 수많은 탐조 여행객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중간기착지인 철원 민통선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재두루미 무리와 함께 일본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 이동한 것이다.

깃털의 색깔이 검은 흑두루미 세마리도 건강하게 겨울을 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흑두루미도 광복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드물지 않았던 겨울 철새로 전국적으로 찾아왔다.

지금은 전남 순천만과 낙동강변 고령군 일대에 찾아오고 있지만 각 종 개발로 농경지 면적이 감소하면서 귀한 새로 변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와 시베리아 흰두루미가 함께 겨울을 나는 월동지는 전 세계에서 단 한군데인 철원 비무장지대뿐이다.

2000년 1월 철원 비무장지대를 취재하는 동안 아직 국내 에서는 관찰 기록이 없는 새끼 시베리아 흰두루미를 찾아냈다.
온몸의 색깔이 황갈색을 띤 이 희귀조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출판한 조류도감 에도 없어 새 종류를 확인하는데도 외국의 문헌을 뒤져야 했다.
그래서 전방을 지키는 병사들은 몸색깔을 비유해 '두루미' 민통선 주민들은 '황두루미'라 부르고 있다.


주로 재두루미 가족과 함께 겨울을 보내는 시베리아 흰두루미 새끼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서로를 찾아냈다.
인도가 주 월동지인 이 희귀조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이 비무장지대에 날개를 접었다.

그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