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까치와 까마귀, 이들과 독수리가 싸움을 한다면 누가 이길까?

  현장에서 관찰한 독수리와 까치, 독수리와 까마귀의 싸움에서는 대부분 독수리의 멋진 패배로 끝났다.
철새인 독수리는 새들의 황제로 불리지만 텃새인 까마귀와 까치들을 이기지 못한다.
까치의 독수리에 대한 공격은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나 발톱으로 공격을 당하기 때문에 주로 등뒤에서 꼬리나 날개를 공격한다.

지난 겨울 토교저수지에서 겨울을 나던 독수리 무리들, 특히 처음 겨울을 찾아온 새끼들은 엄청난 수난을 겪었다.

독수리 몸집에 비해 5분의 1도 안되는 작은 텃새 까치가 독수리를 공격하는 것은 먹이 다툼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대부분 농경지에 청둥오리나 쇠기러기 등 겨울 철새가 죽으면 이 것을 먹는 잡식성을 가지고 있는 까치나 까마귀다.
까치와 까마귀는 집단성을 이루고 있어 먹이가 있는 곳으로 모여든다.
상공을 선회하며 먹이를 찾는 독수리들은 까치와 까마귀가 모여 있으면 이 무리의 움직임을 보고 불청객으로 먹이를 찾아 내려 앉게 되는데 이 때부터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

철원 토교저수지 앞에서 해마다 겨울이면 벌어지는 까마귀와 까치, 그리고 독수리와의 싸움은 이 곳 민통선에서만 관찰 할 수 있는 진풍경이다.

  독수리는 싸움을 할 때 '호루루루루,호루루루루' 독특한 울음소리가 있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처럼 생긴 모습에 비해 아름답기가 그지 없다.
대부분 먹이가 부족하다보니 서로 먼저 먹이를 차지하려고 독수리들끼리 싸움을 하다보면 이 울음소리를 낸다.

독수리의 싸움은 큰 날개깃 때문에 뒤뚱뒤뚱 상대방을 향해 걸어오다가 땅바닥을 차고 오르며 긴 발톱으로 상대방 가슴쪽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몇 번에 걸친 싸움에 긴발톱의 위협을 느끼면 패자는 바로 먹이에서 떠나고 이긴 녀석은 먹이를 독차지 한다.


양구 민통선지역 두타연에서 바위위에서 독수리가 앉아 있었다.
이 때 까치가 걸어 올라가다 바위 얼음 때문에 몇 번인가를 미끄러지고도 집요하게 다시 독수리에게 다가서자 부리로 독수리의 발톱을 공격했다.
등쌀에 못이긴 독수리가 긴 날개짓을 하며 창공으로 날아오르자 까치 세 마리는 계속 독수리를 쫓아가며 꼬리 깃털 부분을 공격하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까치는 독수리뿐만 아니라 포유류인 고라니도 공격하는데 1993년 구 철원역 주변에서 까치가 고라니를 쫓아내는 진풍경을 본 적이 있다.
두루미와 기러기가 한자리에 모여 먹이를 먹고 있었는데 그 때 고라니 한 마리가 유유히 나타났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고라니는 두루미와 기러기 주변을 왔다 갔다했다.
그때 까치 울음 소리가 들리면서 고라니 쪽으로 까치 한 마리가 날개짓을 하며 다가 왔다.
까치에 놀란 고라니는 멈칫하며 까치 쪽을 바라보고는 종종 걸음을 치며 농경지를 달릴 준비를 했다.

  까치는 종종걸음치는 고라니를 계속 따라가며 엉덩이 부위를 쪼아 자신의 영역에서 몰아내기 시작했다.
고라니는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도망치자 까치의 추적은 그 때 끝이 났다.

새들의 황제 독수리가 까치와 까마귀에게 쫓기는 것은 어쩌면 같은 먹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는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공생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독수리가 까치와 까마귀의 고약한 등쌀 때문에 죽어갔다는 학계의 보고는 없다.
어쩌면 까치의 귀찮음을 새들의 황제 독수리는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