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한반도의 겨울은 잔인할 때가 많다.

  몇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독수리들이 편안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불안한 요소가 많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땅을 찾아오는 독수리는 해마다 먹이 부족으로 잇따라 여전히 떼죽음이라는 희생을 당하고 있다.

특히 독수리들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1993년도 12월 강원도 화천 모 전방부대에서 일어났다.
부대 상공을 선회하던 새들의 황제 독수리는 마치 연줄이 끊긴 연처럼 연병장으로 추락했다.

독수리는 군용 짚차를 타고 춘천의 강원도 산림환경연구소로 긴급후송됐다.
강원도 가축위생시험소에서 수의사가 오고 백신 접종과 강원도 산림환경연구소 직원들이 닭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주머니 돈을 털어 구입해 독수리에게 먹였다.
독수리 보호를 책임졌던 조성원 연구사는 외상이 없는 점으로 미뤄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1994년 1월 26일 오후 2시쯤 철원 민통선에서 철원읍 사방지리를 날아가던 독수리는 DMZ 철책선에 부딪히며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 독수리는 김종식 지회장 등이 회원 집에 마련한 임시 우리로 옮겨졌고 원기를 회복해 갔다.
탈진한 독수리들의 특징은 모두 외상이 없다는 점이다.
먹이 사슬이 파괴되면서 먹이를 찾지 못한 독수리들이 하늘을 선회하다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독극물에 의한 독수리 희생도 끊이질 않고 있다.

2000년 11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대성동 마을에서 독수리 23마리가 먹이 부족으로 탈진해 이 가운데 10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있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철원군 철원 평야에서 20마리, 연천군 중면에서 한 마리의 독수리가 각각 먹이 부족으로 탈진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99년 한해만 해도 파주시에서 33마리가 탈진 상태로 발견돼 이 가운데 7마리가 숨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1997년 독수리 29마리가 독극물이 묻은 먹이를 먹고 숨지는 등 해마다 생명문화재 독수리의 수난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해마다 11월 말이면 번식지인 몽골지역에서 날아오는 독수리는 산란율이 낮은 데다 썩은 짐승 고기만을 먹고 살아 환경 오염에 따른 먹이 부족과 독극물 중독이라는 복병에 시달리고 있다.
수천킬로미터의 먼길을 날아오지만 때론 이 땅이 그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