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우리나라 최대 두루미 월동지, 세계 유일의 재두루미와 두루미가 함께 월동하는 철원 민통선의 보호 활동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갈등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분단으로 생긴 반사적 상태 이익인 현재의 DMZ 자연 생태계를 놓고 마치 한 지역의 개발이익만을 생각하는 단계에 와 있다.

 

더구나 정부의 대북 정책이 단절된 철책선을 헐어버리는 평화시 건설이나, 남북 공단 건립, 경원선 복원 등 굵직굵직한 남북 개발 협력 사업이 나올 때 마다 수난의 역사는 더욱 깊어가고 있다.
2000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원 민통선 샘통 철새 도래지가 큰 위기를 맞았었다.
어처구니 없는 행정이 그 원인이었다.
1973년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 지적(地籍)이 미복구 되어 있었기 때문에 샘통이 아닌 인근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이를 확인한 문화재청은 2000년 5월 기존 지정지역 외에 샘통지역을 천연기념물로 확대 지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철원군은 이미 지정되었던 보호구역 일부지역을 포함한 샘통 구역으로 변경 지정해 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하여 문화재청은 9월에 구역 변경 지정고시를 예고했었다.
이에 대해 샘통일대 주변 농민들은 반대 집회를 열어 거센 반발을 보였다.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을걷이가 끝나자 주민들은 트랙터를 동원해 두루미가 먹이를 찾지 못하도록 샘통 주변의 논을 상당 면적 갈아 엎어 버렸다.

두루미가 오지 않으면 보호구역 지정도 안된다는 생각에서 였다.
사정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화재청은 2천년 12월 예정이었던 철원 철새 도래지 구역 변경건 심의를 전면 보류하였다.
그러나 예정되었던 샘통일대에 농경지를 가진 주민들은 지난 1973년 지정한 구역에 대해서도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사실 지금은 샘통 주변에 철새가 그리 많이 내리질 않는다.

천연기념물 245호로 지정된 샘통 철새도래지 마저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이 우리 철새 보호의 현주소이다.

  비무장지대를 찾아오는 두루미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바로 우리 인간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거대한 중장비를 동원해 두루미가 찾아오는 가을이면 시작되는 경지정리 작업은 두루미의 안전한 월동을 방해하고 있다.
두루미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경지정리 작업은 두루미가 편하게 한 곳에 앉지 못하게 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경지정리 작업으로 두루미의 먹이가 되는 벼의 낟알이 모두 사라지는데 있다.

또한 논갈이도 두루미의 먹이 부족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땅심을 높이기 위해 벌이는 논갈이는 필요한 일이지만 두루미의 먹이 부족은 물론 안전한 월동까지 방해하고 있다.

1993년 경기도 연천에서 철원 민통선을 가로지르는 도로 확포장사업은 두루미의 월동 양상을 크게 바꿔 놓았다.
구 철원역 주변은 철원 민통선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두루미가 월동하는 핵심적인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단 한 마리의 두루미도 관찰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철원 민통선지역을 연결하는 2차선 도로 포장 사업이 이뤄지면서 두루미는 더 이상 민통선에서 잠자리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일년동안 철원 민통선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40여만명, 더욱이 철원군은 안보관광객을 백만명 가량으로 늘릴 계획이어서 두루미의 월동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