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철원 민통선 안 지뢰지대는 오랫동안 농약을 뿌리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곤충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지뢰밭은 철새와 텃새의 번식지와 귀중한 보금자리가 된다.

동송읍 사요리의 백로 번식지!

  이 곳에 백로가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끝나던 1953년이다.
주민들이 수복 후 다시 들어와 보니 사요리 정거장이 지뢰밭으로 변해버렸다.
그 이후로 주민들이 들어가지 못하자 백로가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는 사요리 번식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 바로 이곳은 지뢰지대가 그대로 잔존하고 있는 저습지이다. 갈대와 부들 등 습지 수초들이 우거져 있다. 바로 그 위에 아까시나무 가지에는 중대백로 200쌍 이상이 여기에 번식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인접지역이 아니고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새와 더불어 훌륭한 자연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백로들은 4월 초순이면 이 곳을 찾아 둥지를 보수하고 3-5개의 알을 낳아 새끼를 탄생시킨다.
지뢰밭을 온통 순백색으로 수놓은 백로들은 자신들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백로들은 지뢰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활하다가 10월 중순쯤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미조로 분류된 흰날개해오라기 10쌍이 집단으로 번식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처음 발견된 것은 1993년 6월이었다.

  백로과에 속하는 흰날개해오라기는 길이가 46센치미터로 목과 가슴이 적갈색이고, 등이 검은 것이 특징이다.
지뢰밭 아까시나무에 흰날개해오라기의 둥지는 까치집보다 작지만 정교하지도 않다.
암컷이 알을 품는 사이 수컷은 계속해서 먹이를 물어다 준다.
드넓은 철원 민통선 농경지에도 새들만의 영역이 있어 논에서 먹이를 찾던 백로가 흰날개해오라기를 다른 곳으로 쫒아 버리는 진풍경도 새들의 낙원인 민통선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다른 지뢰밭에서는 천연기념물 323호이자 텃새인 황조롱이 한 쌍이 묵은 까치집을 이용해 둥지를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