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관찰된 기록이 없는 특이한 공생 모습이 중부전선 민통선 지뢰밭에서 처음으로 목격됐다.
가까이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까마귀가 멧돼지 등에 올라탔다.

  수없이 듣고 사진에서 보아왔던 악어와 악어새처럼 마치 그런 모습이었다.
까마귀는 먹이를 먹고 있는 멧돼지 등을 옮겨다니기도 했다.
귀찮을 법도 한데 멧돼지는 쫓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저들 까마귀 끼리 서로 멧돼지 등을 올라타기 위해 부리로 위협하며 힘겨루기를 한다.

그럼 까마귀는 멧돼지 등에 올라 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 진풍경을 유심히 보니 멧돼지등을 쪼아 털속에 기생충을 잡아주며 먹이를 구하는 것이다.

까마귀와 멧돼지의 지뢰밭에서의 공생, 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야생동물 학계에는 보고되지 않은 특이한 생태 모습이다.
다른 중부전선 멧돼지 무리속에는 까마귀만 등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까치도 등에 올라타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머드팩의 원조는 멧돼지다.
멧돼지는 목욕장소를 따로 가지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휴식처가 따로 있다.
취재팀은 이 은밀한 곳을 어렵게 찾아냈다.
멧돼지 휴식처는 사방이 가려져 있고 흙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물이 고요 있는 장소다.
멧돼지는 진흙탕 물 속에서 목욕하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먹이를 먹던 멧돼지가 갑자기 고꾸라지듯 쓰러진다.
마치 심장에 총알을 맞은 듯 쓰러지는 행동을 반복한다.
아예 흙에다 몸을 비비며 병사들의 낮은 포복자세를 하듯 내려온다.
멧돼지의 이런 행동은 거친 털을 관리하고 몸 붙은 기생충을 털어 내기 위해 자연에서 터득한 독특한 건강관리 방법이다.
진흙탕물 속에서 목욕을 마친 멧돼지의 털은 반질반질한 윤기가 흘렀다.

포유류 동물인 우제류의 서식밀도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야생동물 가운데 발굽이 있는 우제류는 산양과 멧돼지, 고라니와 노루가 있다. 산양이 무리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산양과 멧돼지 고라니 등은 모두 한다리에 커다란 발굽이 앞에 둘 그리고 작은 발굽이 뒤로 둘 달려 있다.
그러나 같은 우제류라도 멧돼지 발굽은 또 다른 점이 있다.
고라니는 작은 발굽이 땅에 닿지 않아서 자국이 생기지 않지만 멧돼지만은 크고 작은 발굽 네 개가 모두 발자국으로 남는다.
특히 우제류는 대부분 초식동물이어서 한 번 삼킨 먹이를 다시 토해내서 씹는 이른바 되새김질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멧돼지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고 동식물 모두를 먹이로 하는 잡식성이 다르다.

먹이가 많지 않을 때면 서로 힘겨루기를 하기도 한다.
밤만되면 지뢰밭은 거대한 멧돼지들의 동물원으로 변해 버린다.
새끼 멧돼지들은 천부적인 왕성한 식욕 덕택에 성장속도가 빨라 태어난지 두달이 지나면 어미와 함께 행동도 하지만 일부 독립 행동도 보인다.

땅거미가 서서히 지면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먹이를 찾아 나선다.
먹이에 접근하기 전에 안전확인은 필수다.
이를 확인한 어미가 숲속 사방에 숨어 있던 새끼들은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나온다.
먹이를 먹는 동안에도 어미의 경계행동은 반복적으로 계속된다.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어미는 후퇴 신호를 보내며 잽싸게 숲 속으로 몸을 숨긴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어린 새끼가 먹이에 접근하자 몸을 숨기고 있던 어미는 나머지 새끼들을 데리고 다시 먹이에 접근한다.
먹이를 먹는 동안 덩치 큰 어른 수컷 멧돼지가 나타났다.
새끼에게도 먹이기에 부족한 먹이다.
어미는 몸집이 큰 수컷 멧돼지와 필사적으로 몸싸움을 벌인다.
승자는 모성애로 가득찬 어미 멧돼지다.
이 새끼 멧돼지들이 모두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