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강철 재질의 대인지뢰는 수명이 50년가량!

  플라스틱이 재질인 대인지뢰는 플라스틱이 썩고 뇌관이 부식되는 것을 고려하면 한 백년가량 된다고 한다.

쇠박새가 번식장소를 찾고 노랑턱 멧새가 짝을 찾기 위해 몸치장을 한창 시작하던 99년 3월 중부전선 한 지뢰밭에 오른쪽 발목이 잘린 수컷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보통 큰 수컷멧돼지 몸무게는 2백킬로그램 이상.

지뢰밭을 누비며 생활하다 발목지뢰를 밟아 다리를 다친 것이다.
민통선 지뢰밭에서는 야생동물들도 때로는 이렇게 분단의 희생이 되기도 한다.
지뢰 제거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오랜 내전을 겪었던 캄보디아의 경우 지뢰 매설 비용은 불과 5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한 개를 제거하는데 20배인 100달러가 든다고 한다.

나라 살림도 어렵고 통일비용도 줄이기 위해서 더 나아가 밀렵꾼으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부 민통선 지역과 비무장 지대의 지뢰제거를 남겨 놓아야 한다.
더욱이 개발 바람을 막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생태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지구에서 가장 악랄한 무기인 지뢰를 놓아두는 것은 어떨까.
지뢰는 생명이다.
지뢰는 살아서 움직인다.
반세기 동안 땅이 얼고 녹고 하면서 당초 매설했던 지역과는 다른 곳에 지금 지뢰가 매설돼 있다.

  그래서 예년에는 사고가 나지 않았던 똑같은 장소에서 지뢰 사고가 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한 공병대대장은 ' 전방에서는 똑같은 장소를 3천번 정도 밟아 봐야 지뢰로부터 안전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민통선에 지뢰가 묻혀 있기 때문에 밀렵꾼들이 지금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지뢰밭을 제거하지 말자는 것은 또 다른 불신의 씨앗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