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우리 선조들은 산양을 '환상의 동물'로 불러왔다.
     
  주로 기암절벽을 서식지로 삼아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 산양과 관련돼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많다.
어떤 이는 산양은 뿔만 걸을 수 있는 바위틈만 있으면 대롱대롱 매달려 잘 수 있는 능력을 가지 고 있어 어떤 맹수의 공격도 피할 수 있다는 산양에 대해 조금만 귀동냥을 해도 한번쯤은 들을 법한 전설적인 이야기이다.

특히 고고한 모습답게 주로 귀한 삼지구엽초만 뜯고 아침 이슬만 먹고 산다든지...... 그럴 듯하게 구전돼오는 얘기는 옛날 중국 진시황제의 어명을 받고 불노초를 구하러 왔던 사람은 산양이 삼지구엽초를 먹고 몇 번이고 짝짓기를 계속해서 그 사람은 삼지구엽초를 구해 갖고 돌아 갔다고 하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산양 털 색깔은 주로 흑회색이라는 것이 그 동안 학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가 DMZ 산양을 계속 관찰한 결과 검은빛 산양과 황갈색 두 종류의 산양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검은 빛의 산양은 발굽 위와 다리와 귀안쪽과 바깥쪽 그리고 앞가슴과 꼬리가 흰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검은 빛의 산양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면서 털 색깔이 황갈색으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본격적인 유전자 분석을 하면 그 이유는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동부전선 DMZ엔 이 검은색 산양과 황갈색 산양이 함께 살고 있다.
남북의 산양은 인간들이 이념 싸움을 해오는 동안 비무장지대에서 인간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은 채 반세기가 넘도록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고 생명을 이어오며 그 살벌한 비무장지대를 그들만의 낙원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산양은 긴 털을 온몸에 감싸고 있는 데다 암수 모두가 뿔을 가지고 있어 외모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다만 유일하게 암수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배설행동의 자세. 동물의 세계에선 흔하지 않게 수컷은 선 상태로 볼 일을 보지만 암컷은 뒷다리를 구부려 앉은 자세로 배설행동을 하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암수의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성에 따른 산양의 생태를 밝히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양은 인간들처럼 일정한 지역을 서식지로 삼고 있다.
자기가 태어난 장소는 어디서고 한 번 터를 잡으면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고집스럽게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이른바 국소성(局所性)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국소성으로 산양은 평생을 살아야 하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몇 가지의 습성을 키워 오고 있다.
서로 뿔을 비비며 싸우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그 전에는 신사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한가지 방법은 자신의 행동권 지역에 배설물을 뿌려 냄새로 알리는 방법으로 둥근 모양에 한 끝이 뾰족하고 일정한 것이 산양 배설의 독특한 특징인데 대추씨 모양과 비슷하다.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의 산양이 먼저 통일을 이루며 그들만의 낙원을 만들며 살아 올 수 있었 던 것은 산양의 국소성이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집스럽게 좋든 싫든 태어난 곳을 어떤 역경이 다가와도 지키며 살아가는 산양은 우리 민족과 너무 같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