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포성과 총성이 멈춘 1953년 7월 27일!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삶의 터전이 모두 페허가 돼 버렸고 길고 긴 싸움에서 얻은 것은 증오와 분노 적개심 뿐 이었다.
더구나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피로 얼룩졌고 황폐화됐던 전 국토는 국가재건이라는 슬로건 아래 남과 북 양쪽에서 다시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DMZ는 인간의 간섭과 발길이 끊기면서 새로운 녹색지대로 변모했고 밀렵과 각종 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 땅의 야생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었다.
역사적인 6.15 남북 정상회담이후 절망의 땅이었던 DMZ가 새로운 희망의 땅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세월은 오히려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드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그 누구도 휴전협정 이후 생성된 DMZ라는 한반도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황량한 3억평의 황폐하고 풀 한포기 다시 나지 않을 것 같았던 최대 싸움터가 반세기가 넘으면서 녹색지대로 바뀌리라고는 상상도하지 못했다.더욱이 남북으로 각각 5킬로미터, 7억평 규모의 민간인 출입 통제선 지역은 준 녹색지대를 형성하면서한반도의 귀중한 야생동식물의 삶의 터전으로 변했다. 이 지역에는 금강초롱 등 10여 종의 한국 특산식물을 포함해 1천여종의 식물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의 이동 통로, 백두대간의 비무장지대 동부지역은 종 다양성이 풍부해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를 대표할 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이다.
또한 돼지풀과 서양민들레 등 많은 외래 귀화 식물들의 강한 생명력으로 이 땅에 뿌리를 내려 토종에 압박을 가해 힘겨운 서식지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전쟁 당시 전쟁 물자에 묻어 들어와 비무장지대 일대에 확산 됐을 것으로 보이는 돼지풀은 토종식물의 서식지를 점차 좁히고 있다.
     
  더구나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비롯해 산양, 고라니와 멧돼지, 수달, 청설모, 족제비, 고슴도치, 노루, 살쾡이 등 야생동물 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귀중한 생명문화재가 각 지역에서 높은 서식밀도를 보이고 있다.
조류의 생태계도 다양하다.
임진강 하구 유도에는 전 세계에 6백마리 밖에 없는 세계적인 희귀조 저어새의 번식지가 되고 있어 국내외 조류 학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들의 황제 독수리도 파주와 철원, 화천과 양구 민통선에서 수백마리씩 군집을 이루며 그들만의 낙원을 지켜오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천연기념물 242호인 까막딱다구리의 생명 탄생작업도 민통선과 비무장지대인 대암산과 향로봉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 땅에서 멸종됐다던 야생동식물이 그들만의 자유로운 영역을 만들면서 엄청난 번식력으로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반세기 동안 철문으로 굳게 닫혀 금단의 땅이었던 비무장지대의 산지에는 희귀 동식물 146종을 포함해 280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전쟁이라는 인위적인 자연 파괴수단으로 풀 한 포기 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한반도의 DMZ는 인간의 발길이 끊겨 약육강식의 자연 법칙이 적용되며 자연 스스로 그들만의 질서를 만들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학자는 DMZ의 생태적인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DMZ의 자연은 한반도의 수호신이다.
     
  50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생태 신앙지대이다.
백두대간이 한반도형 호랑이의 척추고 DMZ는 그 허리에 해당한다.
척추와 허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이 땅의 지혈이 흐르고 정기가 서려 있는 한반도의 탯줄이다
그 속을 좌우로 동해에서 서해까지 248킬로미터 곱하기 4킬로미터는 한반도의 양 날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좌우의 양날개 중 어느 쪽이라도 손상되면 이 땅의 미래가 추락한다.
그러므로 남북의 온 국민과 지도자들은 좌우 날개가 서로 도와 지탱하도록 보존해야 할 책무가 있다.
비록 이념대립으로 비극의 장소였지만 생태적으로는 자연의 복원력과 놀라운 생명력, 국제사회에는 분쟁과 갈등이 얼마나 무지한 인간의 최후의 선택인가를 알게하는 아이러니하게도 평화공간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