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의 늦은 오후, 민통선에 어미 멧돼지가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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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낳은지 얼마 안되는 어미 멧돼지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 보였다. 어미 멧돼지의 저돌적인 공격이나 목숨을 건 방어 행동의 특징은 목줄기를 따라 등줄기의 따라 이어진 길고 빳빳한 털이 마치 밤송이처럼 일어난다. 지뢰밭에서 새끼를 키워야 하는 어미 돼지의 마음은 순간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어미 멧돼지는 새끼에게 먼저 안전이 확인된 길로만 다니는 방법을 가르친다. 어미가 수십년동안 개척한 지뢰밭의 생존의 길이다. 새끼들은 태어나자 마자 이것부터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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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늬는 태어난지 삼개월이 지나면서 부터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한다. 어미를 따라 독특한 무늬를 가지고 있는 새끼 멧돼지들의 마라톤은 민통선 지뢰밭에서 해마다 오월이면 펼쳐지는 오묘한 자연의 생명의 순환과정이다. 엄마 멧돼지가 새끼를 낳아 치열한 생존 교육을 시키며 기르는 동안 아빠 멧돼지는 무엇을 할까. 대부분의 포유 동물이 그러하듯이 발정기를 제외하고는 수컷 멧돼지는 주로 단독생활을 한다. 한겨울에 이뤄지는 교미시기를 제외하고는 암컷 멧돼지는 수컷 멧돼지의 사랑을 받기가 어렵다. 때로는 먹이를 놓고 위협을 하며 부부간에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