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월의 늦은 오후, 민통선에 어미 멧돼지가 나타났다.
어미 멧돼지는 주위를 살피며 새끼가 나와도 안전한지 먼저 확인했다.

  새끼를 낳은지 얼마 안되는 어미 멧돼지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 보였다.
어미 멧돼지의 저돌적인 공격이나 목숨을 건 방어 행동의 특징은 목줄기를 따라 등줄기의 따라 이어진 길고 빳빳한 털이 마치 밤송이처럼 일어난다.
지뢰밭에서 새끼를 키워야 하는 어미 돼지의 마음은 순간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어미 멧돼지는 새끼에게 먼저 안전이 확인된 길로만 다니는 방법을 가르친다.
어미가 수십년동안 개척한 지뢰밭의 생존의 길이다.
새끼들은 태어나자 마자 이것부터 배운다.


안전을 확인한 어미는 특유의 모성애로 신호를 보내면 지뢰밭 숲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새끼돼지 몇마리 쏜쌀같이 어미 배밑으로 달려온다. 배밑으로 새끼들이 오면 어미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 진다.

자신과 새끼의 모습이 모두 노출된 개활지!

방심은 절대 금물!

어미는 분대장, 새끼들은 분대원으로 어미는 언제나 앞장을 서고 행동으로 명령이 전달 됀 행동수칙은 언제나 일사분란하다.
어미가 방향을 바꾸고 숲속으로 재 빠르게 이동하면 새끼들도 어미를 따라 쏜살같이 숲속으로 달려간다.
어미를 따라 가지 못하는 새끼는 민통선 지뢰밭에서 살아 남을 수 가 없다.
새끼 멧돼지는 몸 전체가 적갈색 바탕에 세로로 검은 빛을 띤 줄무늬가 다람쥐처럼 있다.
이 무늬는 태어났을 때 바깥세상에서 안전을 위해 만들어져 아직 어려 천적을 만났을 때 제대로 안전지대로 도망갈 수 없기 때문에 숲에서 성장할 때까지 보호색 구실을 한다.
새끼 멧돼지들은 엄마 뱃속에서 나와 털만 마르면 바로 뜀박질을 하며 천부적인 민첩성을 발휘한다.

  이 무늬는 태어난지 삼개월이 지나면서 부터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한다.
어미를 따라 독특한 무늬를 가지고 있는 새끼 멧돼지들의 마라톤은 민통선 지뢰밭에서 해마다 오월이면 펼쳐지는 오묘한 자연의 생명의 순환과정이다.
엄마 멧돼지가 새끼를 낳아 치열한 생존 교육을 시키며 기르는 동안 아빠 멧돼지는 무엇을 할까.
대부분의 포유 동물이 그러하듯이 발정기를 제외하고는 수컷 멧돼지는 주로 단독생활을 한다.
한겨울에 이뤄지는 교미시기를 제외하고는 암컷 멧돼지는 수컷 멧돼지의 사랑을 받기가 어렵다.
때로는 먹이를 놓고 위협을 하며 부부간에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