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 회담이후 비무장지대와 접경지대는 상상할 수 없는 개발의 바람이 정부 주도 아래 시작되고 있다.
경의선 복원 철도, 도로 연결 기공식이 2000년 9월 18일 실시됐다.

  정부는 모두 54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00년 1년 9월까지 문산에서 장단역 사이 12킬로미터 간을 연결하는 경의선 복원 공사를 모두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남북한 동시로 개최되지 않으면서 봉착돼 있다.
정부는 경의선 복원은 동북아의 물류 중심국가, 나아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경의선이 완공되면 남북한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도 크게 활기를 띨 것이고 교류가 늘어나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쌓이고, 장차 평화통일로 이어지는 큰 길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홍보했다.


더욱이 경의선 복원은 반세기동안 허리가 끊긴 우리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과 북이 화합과 신뢰의 토대를 구축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장미 빛 경의선 복원사업에 앞서 중앙언론이나 환경부 등 그 누구도 환경영향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남북한 사람의 연결이 우선인 만큼 환경영향 평가문제나 환경보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새로운 '반통일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높았다.

정부가 초법적인 상태에서 분단의 세월동안 인위적으로 지켜져 온 비무장 지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데 어쩌면 앞장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비무장지대는 남북정상회담이후 잠자고 있던 각 종 개발계획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의선 철도복원이 이미 시작이 됐고 남북연결 도로공사, 물류기지와 면회소 설치, 홍수조절용 댐 건설, 공업단지 조성, 농지개발, 최근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금강산 육로관광도로개설 등 나열하기 조차 힘든 환경을 파괴하는 각 종 개발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민간 부문에서도 체육 교류를 위해 비무장지대에 스포츠 공원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와 있는 등 민간부분의 개발 욕구도 높다.

정부는 1997년 남북 통일에 대비해 인천 강화와 철원, 양구, 인제, 고성을 연결하는 통일 북부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이 건설계획에 따르면 휴전선을 따라 연결돼 안보 관광도로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한 순환도로 기능에 역점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2000년 강원도와 경기도 접경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된 접경지역 지원법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접경지역에 대한 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남북협력 기반시설 조성과 접경지역 토지이용 규제 완화를 위해 산림법과 농지법

  등 여러 법률에 우선하는 갖가지 지원 방안을 담고 있어 비무장 지대 자연 생태계는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모든 사업은 그 동안 우리가 후방지역에서 경험했던 개발논리로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 똑같은 시련을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 개발논리가 우선됐던 지난날의 과오를 비무장지대 지대에서 똑같이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의 중요성을 현시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는 관점이 우선 정립돼야 한다.

또한 어떻게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면서 남북교류를 위한 개발 사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해 생태계에 기초한 관리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비무장 지대를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현재 추진중에 있다.
늦은감은 있지만 비무장 지대 자연생태계 보존은 지금부터 근간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