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설악산에서 무자비하게 지게 작대기로 때려 잡아 멸종위기에 처한 뒤 산양에 대한 생명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주민들이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모임을 결성하는데 4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1993년 고향인 강원도 양구로 귀농해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살면서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덫에 희생되는 것을 말없이 지켜봐야 했던 정창수씨는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까지 밀렵의 대상이 되고 고가에 팔려나간다는 것을 알고는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일에 함께 하겠다는 마을의 선후배가 하나 둘 모이면서 20명에 달했고

' 산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산사모)' 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산사모의 회칙에서 설립 목적으로 '양구 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217호이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식물과 자연환경 보존과 보호를 위한 제반 활동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밀렵으로 큰 소득을 올렸던 마을 주민들은 산사모가 결성돼 밀렵 감시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이자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명문화재인 산양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그칠줄 몰랐다.
예로부터 산양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진 강원도 양구를 지키는 것이 우리나라의 산양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1996년, 지역주민으로 결성된 '산양을 사랑하는 사람들' 애칭인 '산사모'의 회원들은 매월 두 차례 인근의 산을 누비며 산양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약초를 캐고, 벌을 치고, 산에 의지해 살아온 회원들은 산양이 살 수 없는 땅은 사람도 살 수 없는 땅임을 누구보다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산사모의 이준기 조사팀장은 산양의 배설물만 봐도 건강상태와 산양의 몸집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필드 조사 전문가다.
1997년부터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에서 산양 서식과 생태 연구를 공동으로 하자는 제의가 왔고 4년째 계속되고 있다.

1999년 5월에는 최초로 자연에서 포획한 산양이 사육시설에서 출산하는 경사가 있었다.

  수컷이 태어나자 산사모 회원들은 '산돌'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지어주었고 2천년에도 자연증식 2호인 암컷이 태어나 '도솔'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모두 어미 밑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회장인 정창수씨는 2000년 7월 15일 그동안의 활동과 앞으로의 산양을 지키기 위한 각오로 다음과 같은 시를 적어 양구 지역을 비롯해 비무장지대에 살고 있는 산양들에게 띄워 보냈다.

산양 (외로운 당신께)

억만년의 세월동안
이땅의 주인인 당신

두 발을 곧추세워
높은 바위 꼭대기에 위태로운 자태

순결한
눈망울엔 하늘이
담겨있다.

백두대간
골짜기마다
메아리져 있는 당신들의 역사는
아스라이 사라지는 별빛처럼
아득하다.

한조각
불씨처럼
분단의 철조망 속에
회색몸체를 숨기고
연연히 살아온 세월

한반도를
반으로 찢어낸 전쟁
포성이 멈추어도

사냥꾼
밀렵꾼의
덫을 피하고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당신의
갸냘픈 한몸 쉴 곳
백두대간 귀퉁이 비트 '양구'

이제 새천년
당신, 산양을 사랑하는 사람
그들이
당신 몸의 상처를 보살피고
피멍든 가슴을
달래려 하오.........

지역의 생명문화재의 가치를 알고 지키려는 주민들의 모임인 '산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양구에 있어 이 지역에 살고있는 산양은 지금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