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재 기자의 DMZ로 떠나는 생태기행
이 짐승은 한번 터를 잡으면 고집스럽게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며 사는 이른바 국소성이다.
겨울철 먹이를 찾아 잠시 저지대로 내려오지만, 이 때도 늘 자신이 다니는 길로만 이동한다.
산양의 이동 흔적은 배설물로 관찰할 수 있는데 이들 산양은 독특하게도 한 곳에만 배설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배설물이 쌓인 면적으로 집단의 수를 추정하기도 한다.

지난 봄, 비무장지대에서 태어난 새끼가 어미와 함께 첫 겨울을 맞았다.

  생애 처음 맛보는 추위와 배고픔.어미는 새끼를 앞장서며 혹독한 겨울을 헤쳐나가는 법을 가르친다.
눈밭에서 먹이 찾기가 낯설고 힘겨운 새끼는 어미가 다닌 길로만 다닌다.
솔잎은 눈 덮인 산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최상의 영양식이다.
칡넝쿨이나 나무뿌리를 먹는 초식동물인 산양은 독특한 이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턱의 앞니가 없는 대신 입술이 잘 발달되어 땅 속 뿌리나 줄기를 캐고 나뭇가지의 새순을 훑어먹기가 쉽다.
산양의 되새김질은 오랜 세월 천적을 피해 암벽생활에 적응하며 익힌 습성이다.


인간의 간섭 없는 비무장지대에서의 겨울나기. 자연은 견딜 만큼의 시련을 통해 생명을 성장시키고 있다.